도서
item

통화정책론

저자 : 문우식
발행일 : 2018-11-15
ISBN-13 : 9791187897477
판형 : 4×6배판
페이지수 : 560 쪽
판매가 : 35,000 원

들어가는 글

 

인간사회는 개인과 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란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의 산물이고 정치란 권위를 통해 이를 보호하는 국가 활동이다. 경제와 정치는 동전의 양면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 아담 스미스(A. Smith)를 단순히 시장주의자로 치부하는 것은 의도적이다. 아담 스미스도 국가의 역할을 중시하였다. 다만 국가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활동과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의 원리와 원칙을 강조하였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데 법치가 필요한 이유와 동일하다. 원리와 원칙은 국가의 개입을 제약한다. 원리와 원칙이 없다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자의적이 돼버리고 정치가 너무나도 쉽게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

정치와 경제는 독립되어야 하나 독립될 수가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 둘을 조화시키는 것이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정책에는 개입의 원리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중앙은행은 정부가 아니지만 정부와 같이 경제활동에 개입한다. 따라서 원리와 원칙은 이중으로 중요하다. 원칙은 정부에 대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자유로운 민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자의적 개입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은 종종 원리와 원칙에 따라 이뤄지기보다는 선거를 통한 정치적 다수결 결정에 의해 지배된다. 이에 반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원리와 원칙이 무엇보다도 우선된다. 국민 다수가 금리인하를 원하더라도 물가안정이 위협된다면 경제적 논리와 원칙만을 따라 통화정책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리·원칙이 있어야 국민들에게 설명이 되고 독립성이 보장되며 책임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이 수행하고 있는 통화정책의 원리와 원칙을 설명한다. 이미 한국은행 자체로 한국의 통화정책이란 책을 통해 통화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정책결정자로서의 정책 판단과 결정에 대한 원리와 원칙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정책 판단과 결정이야말로 통화정책론이나 중앙은행론의 핵심이며 통화정책이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하는 주장도 이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

이 책은 정책결정자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실제적 운용 원칙과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이는 저자가 20124월부터 20164월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기간 동안 저자는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정책판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의 부의장을 역임하였던 알랜 블라인더(A. Blinder)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1에서 강조하였듯이 통화정책 운영의 실제를 이론과 조화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만시지탄이지만 저자의 경험과 견해가 많은 분들과 공유되고 다음 세대의 학문적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쓰게 된 보다 구체적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 놀랐다. 일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통화금융을 전공하는 학생과 학계, 그리고 금융계의 많은 사람들도 통화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이 이런 분들에게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많은 사람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막상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이론이나 통화정책이론이 너무나 쉽게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이론이란 진리가 아니다. 현실이 진리이며 현실 없는 이론은 콧구멍 없는 코와 같다. 경제학이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편견도 현실과 소외된 이론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학계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큰 것 같다. 현재 학계의 많은 분들이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많은데 경제이론이나 통화정책이론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상황을 반영하여 발전된 것이지 우리나라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진리를 추구하고 올바른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론이 우리나라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과거 한국은행에 재직하였던 분들이 학계의 교수나 연구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우리 실정에 맞지도 않는 이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라고 생각하였다면 전적으로 이에 동의한다. 부족하지만 이 책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통화정책의 제도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데 놀랐다. 경제학이란 기본적으로 개혁을 위한 학문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과거의 제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론도 이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통화정책분야에서 더욱 그러하다. 힉스(J. Hicks)가 이야기하였듯이 통화이론이란 통화금융사의 일부이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이 책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의 제도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물론 향후 이와 관련된 통화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2

셋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서 정책 결정과 판단에 있어 저자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비상임으로 있을 경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었겠으나 현재는 상임이다. 24시간 내내 누구보다도 통화정책의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판단된다. 몸은 빌려도 머리는 빌릴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도 바로 이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생각한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고민했던 한국 경제의 문제나 통화·금융정책의 문제 등을 여러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고 정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들의 중앙은행이 이른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더 이상 전통적이지 않게 되었고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주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통화정책틀을 재평가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정책틀을 준비할 시점이다. 스스로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저자 나름대로의 대안도 제시해 보고자 하였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일은 한 달에 한 번 금리를 결정3하는 것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금융통화위원들은 한국 경제의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한 번의 판결을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검토하는 판사들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쓰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금융제도나 한국은행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도 제한적이나마 제시해 보고자 하였다. 다만 불행히도 현재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신분이 미 연방준비제도와 같은 이사회의 이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영란은행과 같이 통화정책 결정만을 담당하는 전문위원회의 위원에 해당하는지 명확치 않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역할이 제약되어 있다.

이 책은 통화정책의 원리와 원칙을 설명하면서 또한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저자의 견해와 정책판단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책의 제목은 통화정책이라고 명명되어 있지만 보다 정확한 표현은 통화신용정책이다. 오늘날 양자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통화는 중앙은행의 부채를 말하고 신용은 (민간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은 대차대조표상의 부채와 자산 항목을 양적 측면(통화량 혹은 신용량)이나 질적 측면(금리)을 변동시켜 물가나 고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정책은 통화정책과 신용정책으로 구성된다. 다만 본문에서는 특별히 통화신용정책을 강조할 필요가 없는 한 간단히 통화정책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책은 5부로 되어 있는데, 우선 1경제정책과 통화정책에서는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 목적에 대해 답한다. 통화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올바르게 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통화정책은 그 대상이 물가든, 고용이든, 성장이든, 항상 변동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안정화정책이다,

2통화와 거시경제에서는 통화가 물가, 경기,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적으로 살펴본다. 전통적으로 통화는 물가와 가장 관계가 깊은 변수로 간주되어 왔지만 단기적 경기와도 큰 관계를 갖는다. 장기적으로 가격이 신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경직적일 수 있다. 소득과 고용이 영향을 받는다. 케인즈(J. M. Keynes)일반이론은 바로 이에 대한 이론이다. 여기서는 통화정책이 이러한 물가 혹은 실물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전달과정에 대한 여러 이론적 논의를 살펴본다. 특히 이와 관련해 실물과 물가변수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거시경제 관계가 필립스커브인 데 최근 이러한 관계는 약화되어 이론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3중앙은행과 통화정책에서는 중앙은행의 조직과 구조, 통화정책의 목표와 전략, 통화정책의 운용체제 등을 살펴본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며 가장 긴 부분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금융통화위원회의 역할, 인플레이션목표제, 금리와 통화량의 관계, 금리결정 과정, 통화신용정책수단, 환율의 역할 등에 주목하면서 실제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 수행 상황을 평가하고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목표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평가를 해보았으며 통화정책과 구분되는 신용정책을 강조하였다. 한편 금리가 통화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 전통적인 견해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금리는 통화량과 무관하게 중앙은행이 원하는 수준에서 중앙은행이 결정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단기금리를 정하는 것보다는 장기금리를 포함한 수익률커브를 관리하는 것이 통화정책 본래의 목적에 가깝다.

4금융안정과 중앙은행에서는 금융위기의 이론과 실제, 금융규제와 거시금융안정의 문제 등을 살펴본다. 은행예금인출이나 외환위기, 거품 등과 관련하여 시장실패의 원인을 살펴보고 실제 우리나라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원인을 살펴본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는 시장실패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부의 실패이다. 정부의 개입은 종종 문제를 풀기보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이어 거시금융안정 및 최종대부자 등 역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거시금융안정성에 대한 중요성이 급부상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앙은행이 이를 다룰 충분한 정책공간이 부족하다. 유동성위기만이 아니고 지급불능의 위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마지막 5세계경제의 환경변화와 통화정책에서는 최근 주요국에서 시행되었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 등을 평가하고 한미 금리역전이나 환율관리, 가계부채 등 현안과 관련되어 한국은행의 정책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특히 최근 한미 간 금리역전이 확대되고 있어 장기금리에 대한 영향력 제고 노력 등 이에 대한 준비도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책을 저술하는 데 있어 공개되지 않은 특별한 정보는 이용되지 않았다. 정보가 있는데 반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없어서이다. 많은 사람들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 공개되지 않은 많은 정보나 특별한 보고서를 볼 수 있어서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서 남이 모르는 특별한 정보는 거의 없다. 특별한 정보는 오히려 한국은행 직원들의 연구결과에 갇혀 있지 않고 스스로 구할 때 얻어진다. 중앙은행의 비밀주의는 오래 전 없어졌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투명성은 국민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이해하고 지지하도록 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생산하고 얻는 대부분의 자료는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저자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때 가능한 모든 자료는 공개하도록 요청을 하였다. 이 책과 작성에 사용된 대부분의 자료와 데이터는 한국은행의 홈페이지와 통계시스템 ECOS에서 구했다. 한편 필요한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홈페이지와 세인트루이스(St. Louis) 지역연방준비은행이 구축한 경제데이타베이스 FRED로부터 데이터를 얻었으며, 이 외에도 ECB나 일본은행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홈페이지에서 구했다. 자료와 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많은 사례를 선별하여 특별히 참고사항으로 담았는데 여기서는 저자의 개인의견을 보다 많이 반영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장된 저자의 의견이나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향후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면 그 위에서 새로 진리를 찾아갈 수 있어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쨌든 오류가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저자의 책임임을 밝혀둔다.

저자의 정책 판단과 결정에 있어 저자가 저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되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것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의미한다면 한국은행은 이미 충분히 독립적이라 판단된다. 아마 저자의 운이 유별나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대신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였다고 생각한다. 캄캄한 어둠 속에 숨은 미래라는 생물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남의 판단에 좌우되지 않는 나만의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판단과 결정에서 고민하는 저자를 이끌어준 하나의 구절이 있다. 라인홀트 니버(R. Niebuhr)라는 신학자가 쓴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라는 기도문이다. 사실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티모시 가이트너(T. Geithner)의 저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 일부 구절이 언급된 바 있는데 다른 정책결정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전문을 소개한다.

 

주여, 내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마음(serenity),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courage),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wisdom)를 주소서.

하루 한 번을 살면서

한 순간 한 번을 즐기면서

고난을 평화로 이르는 길로 받아들이고

주가 그랬던 대로 죄 많은 세상을 원하는 대로가 아닌 그대로 수용하고

주의 의견에 따르면 주가 모든 것을 올바로 할 것을 믿고

그 결과 내가 이 생에 있어 적당히 행복하고 다음 생에서 영원히 주와 함께 최고로 행복할 수 있도록 하소서4

 

201810

문우식

1부 경제정책과 통화정책

 1장 경제정책이란 무엇인가?

 2장 통화정책이란 무엇인가?`

 

2부 통화와 거시경제

 3장 화폐와 지급수단

 4장 통화와 물가

 5장 통화와 경기변동

 6장 금리와 물가 및 실업관계

 

3부 중앙은행과 통화신용정책

 7장 중앙은행의 조직과 구조

 8장 통화정책의 목표와 전략

 9장 환율목표제와 통화량목표제

 10장 인플레이션목표제

 11장 정책운용 도구와 수단

 12장 통화량과 금리의 결정

 13장 통화정책과 환율정책

 

4부 금융안정과 중앙은행

 14장 금융위기 이론

 15장 금융위기의 실제

 16장 금융규제와 금융안정

 17장 한국은행과 거시금융안정

 

5부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와 통화정책

 18장 주요국 중앙은행의 최근 통화정책

 19장 남겨진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