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
저자 | : 이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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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 2023-04-06 |
ISBN-13 | : 979-11-91812-43-5 |
판형 | : 4×6배판 |
페이지수 | : 654 쪽 |
판매가 | : 40,000 원 |
본 책은 복잡하게 얽힌 현대의 경제 현상을 보다 잘 설명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의 경제학은 이론적으로 체계가 잘 짜여져 있으나 현실의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많은 가정들을 두고 있어 일정 한계를 지닌다. 기존 경제학은 복잡한 경제 현상을 미세한 요소로 분해하여 개별 요소의 원리를 밝히고, 이를 종합하여 전체를 파악하는 ‘요소 환원주의’에 기초한다. 소위 ‘전체는 부분의 총합’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실 경제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으며 전체는 부분의 총합보다 크며, 대상을 분할함으로써 결코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현실 경제가 3차원 세계라면 경제이론은 2차원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3차원 세계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 『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Complex System and Network Economics)』도 그 일환이다. 현실 경제와 경제이론의 주된 괴리는 주로 관계와 시간에서 비롯된다. 주류 경제이론은 경제주체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행위를 전제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이른바 최적화 균형(optimization equilibrium)에서 출발한다. 최적화 균형은 기본적으로 단기와 장기에 동일하게 성립함으로써 시간에 대한 가역성(reversibility)뿐만 아니라 로컬과 글로벌, 미시와 거시 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환원주의(reductionism) 입장을 취한다. 즉,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데아 세계를 염두에 둔다.
그러나 현실 경제는 그리 깔끔하지 못해 단기와 장기, 로컬과 글로벌, 미시와 거시에 적용되는 원리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 주된 원인은 경제주체들 간 상호작용이 만들어 나가는 비선형성(nonlinearity)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자기조직화 과정(self-organization process)으로부터 창발되는 새로운 질서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므로 현실 세계를 미시 세계로 분해하여 단순화할수록 현실 세계가 가졌던 중요한 성질들은 상실된다. 미시 세계의 질서로 거시 세계를 바라보면 사태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본 책은 이미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학문을 발전시켜온 네트워크 과학과 복잡계 과학을 경제학과 융합시켜 경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노력들을 소개한다. 먼저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네트워크 외부성이라는 관계적 요소를 도입하거나 비선형 동학 모델로 현실 경제에 가까이 가려는 시도, 즉 행위자 기반 시뮬레이션 모형(Agent-based Simulation Model), 진화론적 게임이론(Evolutionary Game Theory)을 소개한다. 네트워크 과학은 모든 사태를 노드와 링크라는 물리적 관계로 보고 그 원리를 파악한다. 구체적으로 네트워크 구조를 그래프 이론과 같은 수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관계의 양적·질적 측면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복잡계 과학은 개체 간 상호작용이 창발시키는 거시적 질서와 미시적 질서 간의 상호 역동성을 대상으로 시스템의 자기조직화 현상을 연구한다. 다분히 비환원주의적(non-reductionism)이고 전체적인 접근(holistic approach)을 취하여 여타 분야들보다 파격적인 면모를 보인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머신러닝, 딥러닝의 방법론으로 활발한 AI도 뇌신경 네트워크의 원리를 응용하여 기존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본 책에서 제시하는 융합적 접근은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현안들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면, (i) 정보화 시대 이후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차와 불안정성 문제 (ii) 금융위기, 군중압사, 교통체증과 같은 시스템 리스크 (iii) 가짜 뉴스의 확산과 같은 정보폭포 현상이 일어나는 메커니즘 (iv) 연구개발 협력, 전략적 제휴와 같은 혁신 네트워크 활동 (v)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확산 메커니즘 (vi) 복잡한 세상에서의 집단지혜 구현 등과 같은 문제를 다루는데 그 효용성이 높다.
『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은 우리나라처럼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설명하는 데 많은 쓰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최근의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전세라는 우리나라 임대제도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전세 제도는 상당한 금액의 보증금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거래가 성립되려면 임대인, 기존 임차인, 새로운 임차인의 시점이 일치해야 하며, 금액이 커서 거래가 성립되지 않으면 그 피해 규모가 상당한, 여러모로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제도다. 말하자면 거래 당사자의 자유도가 낮고 서로 강하게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어 조그만 문제라 하더라도 연쇄적으로 확산되어 큰 질서가 무너지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비단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경제사회의 특성상 시스템 리스크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해외 의존적 경제구조, 수도권의 인구 집중, 유행에 민감한 소비 성향 등 사회 전반에 강한 연결고리로 얽혀 있어 널뛰기 하기 쉬운 구조다. 그만큼 폭등, 폭락의 경험을 더 빈번하게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오랜 구조적 문제들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러한 복잡계 네트워크 시스템이 스스로 창발시키는 질서들로부터 파생되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시스템에서는 미시 차원의 미세한 움직임이 거대 질서를 변화시킬 만큼 휘발성이 높기 때문에 정책을 펼 때 한 번 더 생각하여, 해당 정책이 미칠 시스템적인 영향을 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잘 살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을 관통하는 시스템적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인간이 그동안 끊임없이 과학기술 문명을 발전시켜 온 결과 우리는 어느새 매우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있어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 우리를 엄습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때로는 그 의도하지 않았던 질서가 우리를 강하게 지배하여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상당 부분은 사태의 메커니즘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필자는 본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의 실상에 좀 더 가까이 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해서 진정 실사구시(實事求是)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본 책은 필자가 2002년 학교에 부임한 이래 NEXYS(Network Economics and Complex Systems)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그동안의 강의와 연구를 모아 『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으로 정리한 것이다. 국내에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이 소개된 지 오래지만 경제학과의 만남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입문서로서의 성격이 강해 후학들의 깊이 있는 공부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덕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제I부 네트워크 경제
제1장 네트워크 외부성
제2장 수확체증의 세계
제3장 디지털 재화와 네트워크 경쟁
제4장 표준화 경쟁
제5장 네트워크 거래
제6장 공간구조와 네트워크 효과
제II부 네트워크 과학
제7장 네트워크 유형
제8장 네트워크 구조
제9장 네트워크 분석
제10장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
제11장 유유상종 네트워크
제III부 복잡계
제12장 복잡계 시스템
제13장 자기조직화 사회와 재난
제14장 프랙탈과 카오스
제15장 뇌신경 네트워크
제16장 복잡계 경제와 ABM
제IV부 사회경제적 이슈
제17장 격차와 불안정성
제18장 시스템 리스크
제19장 정보폭포
제20장 혁신 네트워크
제21장 전염병 확산
제22장 집단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