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아버지
저자 | : Jesse Norman |
---|---|
역자 | : 이성규,임일섭 |
발행일 | : 2024-01-25 |
ISBN-13 | : 979-11-91812-60-2 |
판형 | : 크라운판 |
페이지수 | : 640 쪽 |
판매가 | : 33,000 원 |
■ 이 책에 대한 찬사(讚辭)
“이 훌륭한 책에서 제시 노먼(Jesse Norman)은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생애(life)와 사상(ideas)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소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240여 년 전에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제시한 애덤 스미스의 통찰력(洞察力, insights)이 현대 세계의 가장 어려운 사회적·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왜(그리고 어떻게) 유용한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는 곧 ‘애덤 스미스의 실사구시적 정신과 사고’를 반영한다.애덤 스미스는 논리의 명료함과 실제적 관련성을 좋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쓴 제시 노먼의 이 책을 보았다면 매우 흡족해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시 노먼은 한 권의 책으로 생애(life)와 사상(ideas)이라는 전기(傳記) 두 편을 탁월하게 서술하였다. 하나는 ‘애덤 스미스의 생애(生涯)에 관한 이야기’로 18세기 계몽주의의 획기적인 사건들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독창적으로 서술하였다. 다른 하나는 ‘애덤 스미스의 주요 사상(思想)에 관한 이야기’로 인간 사회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교환(exchange)의 중요한 역할’에 초점을 두고 선구적이고 신선하게 서술하였다.”
- 매트 리들리(Matt Ridley), 『만물의 진화(The Evolution of Everything)』의 저자
“제시 노먼(Jesse Norman)은 자신의 예리한 안목과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도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인 애덤 스미스를 깊이 연구한 결과, ‘애덤 스미스에 대한 매우 통찰력 있고 새로운 길잡이’를 제시하였다. 노먼이 이 책에서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듯이,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과 ‘우리의 경제학’은 모두 ‘도덕 철학’의 연장학문임을 알게 될 것이다.”
- 유발 레빈(Yuval Levin), 『분열된 공화국(The Fractured Republic)』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면서도 그에 대한 이해가 가장 적게 된 사상가 중 한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애덤 스미스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 제시 노먼의 훌륭한 이 책은 수많은 신선하고 귀중한 통찰력(洞察力, insights)과 함께 유용하고 명료한 개요(槪要)를 제시해 준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하버드 대학교 교수.
“애덤 스미스는 흔히 현대 경제학의 기반이 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강력한 아이디어와 연관되곤 한다. 그러나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애덤 스미스의 ‘광범위하고 심오한 생각’을 올바르게 나타내는 데에는 크게 부족하다. 이 놀랍도록 읽기 쉬운 제시 노먼의 책은 애덤 스미스의 ‘고상(高尙)하고 경이적인 철학’을 현대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 권력과 번영 및 빈 곤의 원천(Why Nations Fail: The Origin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의 공동 저자
■ 책 간단 소개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이자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실제로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리고 ‘그의 생각(사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치열한 논쟁의 주제이자 대상이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웅변적으로 옹호한 사람’이었는가? 아니면 애덤 스미스는 ‘“시장 근본주의”의 주창자’이자 ‘불평등과 인간의 이기심을 옹호한 사람’이었는가? 아니면 이러한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영국의 정치 철학자이자 하원의원(MP)인 제시 노먼(Jesse Norman)은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economics)’뿐만 아니라, 인간 과학, 도덕 철학, 문화, 사회학 등에 이르는 그의 ‘방대한 지적 프로젝트(intellectual project)’를 총체적으로 제시해 주었다. 이를 위해 노먼은 (1)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둘러싸고 생겨난 여러 미신(myths)을 불식(拂拭)시키고, (2) 그의 생애(life) 이야기(서사)를 간결하고 흥미진진하게 기술하고, (3)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훨씬 넘어‘그의 생각과 연구 전체’를 고찰하고, (4) 지난 2세기 동안 인류에 끼친 ‘그의 영향력’을 심도있게 추적하였다. 그 결과 이 책이 보여주는 ‘“진정한” 애덤 스미스(real Adam Smith)는 ‘경제학의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도덕 철학, 문화, 사회의 선구적인 학설가(學說家)’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애덤 스미스의 ‘심오하고 방대한’ 사상은 현대 자본주의의 다양한 ‘문제들’과 그로부터 찾을 수 있는 ‘기회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애덤 스미스의 심대한 사상으로부터 현대 자본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摸索)할 수 있다.
<역자 서문 1: 이성규 교수 씀>
‘혜고부지춘추’(蟪蛄不知春秋: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 - 「장자」
‘일자입혼’(一字入魂: ‘한 자의 번역에도 영혼을 담는다’)의 자세로 번역에 임했다 - 역자
영국 수상(首相)을 지낸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여사는 애덤 스미스의 가장 유명한 저서인 『국부론』(1776년)을 그녀의 핸드백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영란은행은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Father of Economics)로 기리기 위해 20파운드 지폐를 발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애덤 스미스는 흔히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노동 분업’(division of labour), ‘이기심’(self-interest) 등이라는 몇 가지 주요 개념의 발명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애덤 스미스는 종종 사람들에게 ‘잘못 이해’되고 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영국 보수당 최고의 두뇌 중 한 사람인 제시 노먼(Jesse Norman) 하원의원(MP)은 애덤 스미스 생각에 대한 기존의 오해와 미신들을 바로잡고자 이 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에서 노먼은 천문학에서 식민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애덤 스미스의 주요 저서들을 올바르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들 저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노먼은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인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전기를 쓰기도 했다.
제시노먼은 애덤 스미스의 업적에 대한 고차원적인 논의(‘사상과 영향’)뿐만 아니라 그의 일상생활(‘생애’)도 자세히 서술하였다. 노먼은 ‘애덤 스미스와 관련된 미신들’을 파헤쳐 설명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과 달리, 애덤 스미스는 ‘무자비한 이기심’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 예로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1759년)의 첫 문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였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selfish)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본성(nature)에는 분명히 어떤 [도 덕적] 원리(principles)가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도덕적] 원리는 이기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fortune)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보는 즐거움 이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애덤 스미스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유의 위대한 옹호자”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부와 불평등, 인간 이기심에 대한 옹호자”로 인식되고 있다. 철학, 정치학, 사회학을 포괄하는 애덤 스미스 사상의 ‘영향력’은 지적으로 비옥하고, 다방면에 걸쳐 있으며, 인용할 가치가 있다. 이로 인해 모든 정치 지도자들은 애덤 스미스를 ‘자신의 지지자’로 끌어들여 ‘과도한 해석을 하거나 노골적으로 남용할 유혹’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국부론』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애덤 스미스가 ‘개인 이기심(利己心)이 가져다주는 공공의 이익’과 ‘자유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경제 문제에 대한 정부 개입의 악영향’을 비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은유에 익숙하며, 제빵사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그의 자비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저녁 식사를 기대하는(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정육점) 주인, 양조업자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심’(benevolence)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 익’(own interest)에 대한 고려(헤아림)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1) 그들의 ‘인간 애’(humanity: 자비심)가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self-love; 이기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2)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반드시 ‘그들의 이익’에 대해 말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과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경제적 자유주의’(economic liberalism)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수상이 애덤 스미스가 태어나고 자신이 교육을 받은 스코틀랜드 커콜디(Kirkcaldy)에 미국의 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을 초대한 적이 있다. 그때 그린스펀은 공기 중에 떠도는 무언가가 한 세기 동안 그 마을을 뒤덮었던 리놀륨(건물 바닥재로 쓰이는 물질) 냄새가 아니라 전염성 있는 ‘경제 천재의 기운’(miasma of economic genius)이라고 묘사했다.
애덤 스미스에 대해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은 그가 『국부론』뿐만 아니라 『도덕감정론』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도덕적 감정의 핵심 특징은 “공감”(sympathy: 동정심)이다. 즉, 우리는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처럼 우리의 행동을 판단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우리를 보는 것처럼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19세기 독일 철학자들은 “애덤 스미스 문제”(das Adam Smith Problem)를 공식화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타주의’(altruism)를 옹호하는 철학적 저서(『도덕감정론』)와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이기심’(self-interest)을 옹호하는 경제적 저서(『국부론』)의 저자가 될 수 있을까? 일부 사람들은 “진정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이 아니라 『도덕감정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제시 노먼은 다음과 같은 애덤 스미스에 대한 ‘다섯 가지 미신’을 타파하고자 했다:
미신 1: “애덤 스미스 문제”(Adam Smith Problem)
미신 2: 애덤 스미스는 이기심(self-interest)의 옹호자였다.
미신 3: 애덤 스미스는 친(親)부자(pro-rich)주의자였다.
미신 4: 애덤 스미스는 반(反)정부(anti-government)주의자였다.
미신 5: 애덤 스미스는 무엇보다도 ‘경제학자’였다.
애덤 스미스의 진짜 본모습은 무엇인가? 진정한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의 ‘이타주의’(altruism)에서 『국부론』에서의 ‘이기주의’(egoism)로 전환한 ‘지적 변절자’가 아니었다. 또한, 애덤 스미스는 ‘시장 근본주의자’도, ‘경제 자유주의자’도, 심지어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laissez-faire economist)도 아니었다. 게다가 애덤 스미스는 이기주의(selfishness) 옹호자도, 친(親)부자(pro-rich)주의자도, 여성 혐오주의자도,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창시자도, 약탈적 자본주의의 창시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놀라운 깊이와 힘(영향력)을 가진 사상가’였으며, 지금도 그렇고, 또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 또한,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아버지’(Father of Economics)라고 불리는 것이 마땅하다. 애덤 스미스는 개념적으로 ‘시장’을 경제사상의 중심에 정면으로 두었던 최초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며, 또한 실질적으로는 마르크스와 케인즈를 포함하여 애덤 스미스 이후로 그에게 ‘지적인 빚’을 지고 있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은 경제학(Economics)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또한 애덤 스미스는 마땅히 ‘사회학(Sociology)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간주될 수 있다.
노먼은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이며 철학자로서의 배경을 바탕으로 애덤 스미스 경제학과 18세기 에든버러 계몽주의(Enlightenment)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보여주었다. 제시 노먼은 제1부에서 애덤 스미스의 ‘생애’와 ‘시대’에 관해 설명하였다. 애덤 스미스의 비인간적 회의주의는 사업가들(“일반적으로 대중을 속이고 심지어 억압하는 데 관심을 갖는 사람들”), 부자들(“부자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부(富)의 과시에 있다”), 제국(“상점 주인들의 나라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지만, 정부가 상점 주인들의 영향을 받는 나라에는 매우 적합한 시스템”), 통계(“나는 정치적 산술을 크게 믿지 않는다”)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었다.
또한, 노먼은 제2부와 3부에서 각각 애덤 스미스의 ‘사상’과 ‘영향력’을 서술하였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두 가지 기본 개념인 ‘노동 분업’과 ‘교환의 상호 이익’을 명확하게 공식화했다. 『국부론』은 생산적인 핀 공장에서 시작되어, 규모의 경제와 전문화를 설명하였다. 경제학이 인간의 본능이나 직감 이상의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면 무역에 대한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순진한 생각’과 애덤 스미스의 ‘사려 깊은 견해’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현대인은 특이하게도 협동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다. 어떤 진화 인류학자는 “침팬지 두 마리가 함께 통나무를 나르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둘기는 날 수 있고 인간은 날 수 없지만, 인간은 에어버스를 만들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에어버스를 한 사람이 홀로 만들 수 없지만, 수만 명의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 분업은 애덤 스미스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발전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저술한 이후 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영국이 더 개인주의적(more individualistic)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더 협동적(more cooperative)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은유의 힘은 ‘조정자가 필요하지 않으며, 그러한 조정은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진다’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 있다. 에어버스의 생산에는 시장과 계층적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떤 기업가도 에어버스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쇼핑하러 갈 필요가 없으며, 디자인은 고위 임원의 지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노력을 통해 탄생한다.
“오늘날 애덤 스미스는 왜 중요한가?” 산업화 이전 사회에 살았던 한 사상가가 21세기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제시 노먼은 오늘날 정치적 좌파와 우파 모두 ‘일관된 경제적 내러티브’(economic narrative)가 부족하다는 점을 정확히 관찰하고, 애덤 스미스에게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애덤 스미스는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자본주의’(capitalism)가 아니라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 대해 생각하고 책을 썼으며, 성공적인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만이 제공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경제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강력한 국가는 폭넓은 상호 신뢰에 의해 유지되는 다원주의(pluralism)와 민주주의(democracy)의 환경에서만 존속할 수 있다. 또한, 애덤 스미스는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지대추구(rent-seeking), 사회생활의 지나친 상품화 등 시장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유형을 밝혀냈다. 시장은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제도 내에서만 잘 작동한다. 따라서 ‘도덕감정론’(Theory of Moral Sentiments)과 ‘국부론’(Wealth of Nations) 사이에는 아무런 충돌이나 모순이 없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가 실제로 무엇을 생각했는지”와 “애덤 스미스가 생각한 것이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찾고자 했다. 이를 통해 애덤 스미스의 ‘생각(사상)과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덤 스미스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인류에게 ‘세계 역사상 기념비적인 업적’을 이룩했다고 여겨진다. 이들은 근대에 이르러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정치적 및 경제적 윤곽(輪廓)’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공개적으로 설명한 ‘최초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윤곽의 경우, 에드먼드 버크는 근대 정당(政黨)과 대의제(代議制)를 ‘최초로’ 연구한 위대한 이론가이다. 경제적 윤곽의 경우, 애덤 스미스는 시장(market)을 정치경제학 및 경제학의 중심에 두고, 규범(norms)을 오늘날 우리가 사회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중심에 둔 ‘최초의’ 사상가이다. 따라서 에드먼드 버크가 인류의 ‘정치적 근대성(political modernity)의 경첩’(중세 봉건사회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문을 열어준 사람)인 것처럼, 애덤 스미스는 인류의 ‘경제적 근대성(economic modernity)의 경첩’(중세 봉건사회에서 근대 상업사회로 문을 열어준 사람)이다.
‘진짜 애덤 스미스’(real Adam Smith)는 누구인가? 진짜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애덤 스미스’뿐만 아니라 ‘역사·철학·정치경제학의 애덤 스미스’로 아직도 우리에게 가르쳐 줄 교훈을 무한정으로 가지고 있다. 특히 ‘시장’뿐만 아니라 ‘정실 자본주의’, ‘불평등’, ‘우리 삶의 사회적 기반’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들에서 “애덤 스미스의 생각”에서 끌어낼 수 있는 심오한 교훈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 ‘일도입혼’(一刀入魂: ‘한 번의 수술에 영혼을 담는다’)이라고 쓴 족자를 걸어놓고 난소암 수술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본 역자도 이를 본받아 ‘일자입혼’(一字入魂: ‘한 자의 번역에도 영혼을 담는다’)의 자세로 지난 2년간 이 책의 번역에 임해왔다. 매일 ‘안갯속 여행자’가 되어 위대한 사상가인 애덤 스미스의 원대한 생각(‘지식 프로젝트’)의 발자취를 파헤치려 노력했다. 본 번역서에서 제1부(제1장~5장) 번역은 임일섭(전 충남대 교수) 박사님이 담당했고, 서문과 제2부(제6장~8장), 제3부(제9장~10장), 그리고 결론 부분은 이성규 교수가 수행했다. 임일섭 박사님의 각고의 노력과 정성에 감사를 드린다. 특히 본 번역서에는 독자들의 편의와 설명을 위해 ‘원문 각주’에 더해 ‘500여개에 이르는 역주(譯註)’를 각주에 달아두었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번역하면서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분들을 소개하고 “감사(感謝)합니다!”의 말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좌승희(박정희학술원) 원장님, 장오현(동국대) 명예교수님, 강정모(경희대) 명예교수님, 이성섭(숭실대) 명예교수님, 민경국(강원대) 명예교수님, 이상학(국민대) 명예교수님, 안재욱(경희대) 명예교수님, 김승욱(중앙대) 명예교수님, 신도철(숙명여대) 명예교수님, 황해두(건국대) 명예교수님, 심의섭(명지대) 명예교수님, 김정호(서강대) 교수님, 음선필(홍익대) 교수님, 송정석(중앙대) 교수님, 구영완(충북대) 교수님, 손지영(서울대) 교수님, 박종대(연세대) 교수님, 김대종(세종대) 교수님, 김진웅(동아대) 교수님, 박성훈(조선대) 교수님, 임병덕(법무법인 천고) 변호사님, 김이석(아시아투데이 논설실장)박사님, 이종인(전 여의도연구원) 박사님, 이태규(한국경제연구원) 박사님, 정성호(한국재정정보원) 박사님, 신임철(GS커넥트 대표) 박사님, 송원섭(전 민주연구원) 박사님, 이호섭(기재부) 박사님, 이강구(KDI) 박사님, 송덕진(극동미래연구소) 박사님 등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원님들의 성원과 격려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조주복(강릉원주대) 교수님, 김수연(안양대) 교수님, 김승기(생능출판사) 대표님, 장기영(월드인턴) 대표님, 김무진(하리스코) 대표님, 노현철(해남출판사) 대표님, 김민정(사회문화사) 부장님, 김선중 부장님, 이찬규(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안동지부) 지부장님, 전정은(연세대) 박사님, 이영숙(미국 캘리포니아) 박사님, 이병길(지내교회) 목사님, 조상인(지내교회) 장로님 등 기타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께도 깊이 감사를 드린다. 또한 안동대 무역학과 강효원 교수님과 정갑연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국부론(國富論)과 도덕감정론(道德感情論)을 한문으로 써 주신 김병태 서예가님과 다면적 사상가의 얼굴을 가진 애덤 스미스를 창의적으로 그려준 김종희 화가님과 서경빈 군께도 감사를 드린다.매일 ‘온전한 정신’ 상태로 번역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준 사랑하는 아내(우미혜)와 무역학과 김새봄 조교선생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도, 나날이 어려워져 가는 출판환경에서도 본 번역서의 출간을 기꺼이 허락해 주시고 지원해 주신 율곡출판사 박기남 사장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표지를 독창적으로 고안하고, 지난한 교정과정에서 성실히 최고의 교정능력을 발휘해주신 방조일 주간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갑진년(甲辰年, 2024년) 1월 1일
역자 이성규 씀
나의 명상
나의 명상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열매가 맛들어서
나의 몸에 자양이 되기까지다.
- 조오현, 『마음 하나』, 시인생각, 2016년, 15쪽.
<역자 서문 2: 임일섭 박사 씀>
애덤 스미스에 관한 책은 많다. 특히 그의 탄생 300주년(2023년)을 전후하여 많은 책이 출판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앞으로도 애덤 스미스에 관한 여러 책이 저술되거나 번역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유력 정치인인 제시 노먼(Jesse Norman)이 쓴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출판된 애덤 스미스 소개서들과 구별된다.
우선,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생애를 다루면서 그의 학문적 여정뿐만 아니라 그가 살았던 18세기 서구 세계에서 일어났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그의 사상 체계가 형성되는 과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한다. 노먼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국가연합(1707년), 이에 저항하여 일어난 자코바이트 반란(1714~1715년), 7년 전쟁(1756~1763년), 미국 독립 전쟁(1775~1783년) 등이 어떤 식으로 애덤 스미스의 대표적 두 저작인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의 문제의식과 통찰력의 근원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이로써 이 두 저작이 현실과 단절된 상아탑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애덤 스미스 자신이 처했던 역사적 현실을 이론적으로 성찰한 노력의 결과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노먼은 애덤 스미스의 학문적 여정에서 남긴 여러 강연과 미발간 유작들을 통해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자연과학, 언어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을 아우르는 융합 학문의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밝힌다. 특히 『도덕감정론』을 해설하는 대목에선 그의 영향을 받은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의 시를 인용함으로써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미친 광범위한 영향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게다가 저자는 이제껏 애덤 스미스를 ‘멍하니 생각에 잠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으로 묘사해 온 기존의 소개서들과 달리 대학 행정가, 경영 및 정책 자문가, 세관위원 등 실천가로서의 애덤 스미스의 모습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책을 기존의 애덤 스미스 소개서들보다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후대에 수용되었던 방식과 그의 사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을 다루는 데 책의 3분의 2 정도 분량을 할애했다는 점이다. 우선 노먼은 19세기 이래 경제학이 고전학파, 신고전학파를 거치면서 애덤 스미스 경제이론의 윤리적 기초뿐 아니라 포괄적 시야와 역동성을 상실해 왔음을 밝힌다. 특히 애덤 스미스의 시장 및 경쟁 개념이 케네스 애로와 프랭크 한의 일반균형이론이나 일반경쟁 분석으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학이 아니라 칼 멩거, 루트비히 폰 미제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오스트리아학파의 ‘역동적’ 시장 및 경쟁 개념에 더 근접하는 것임을 밝힌다. 또한 애덤 스미스가 그린 ‘자연적 자유의 체계’로서의 시장경제가 19세기 산업혁명 이래 급속하게 발전해 온 자본주의 경제를 설명하는 데 어떤 한계가 있는지도 지적한다. 끝으로 노먼은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시장경제의 도덕적 기초에 관해 진행되는 논의에 시사하는 바를 제시한다.
원래 어느 고전(古典)을 집필한 저자가 당시에 의도한 바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해석부터 연구자들 사이에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 고전에 담겨 있는 사상들에 영향을 미쳤던 당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상황과 사건 중에 어떤 것들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해당 고전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고전이 시간적·공간적 거리를 위치한 현재에 주는 의미에 대한 해석은 더욱 논란이 있기 마련이다. 고전이 탄생한 시대에 대한 의견 차이에 현재 상황을 규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 차이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현대에 주는 시사점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 이 책은 논쟁적인 주제를 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용기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적어보려고 한다. 제시 노먼은 애덤 스미스라는 다재다능했던 천재의 수준 높은 사상을 풍부한 어휘와 재치 있는 유머를 사용하여 소개한다. 이것은 원어로 읽는 사람에겐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번역자에겐 어려운 과제를 안겨준다. 먼저 풍부한 원어의 어휘에 상응하는 다양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단어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수사적인 표현과 유머의 경우 억지로 우리말로 옮기려고 하다 보면, 저자와 번역자 사이의 문화적 환경의 차이로 인해 원래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표현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원문에 나오는 어휘의 풍성함과 유머를 전달하는 번역을 종종 희생해야 했던 것이 아쉽다.
번역자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로버트 번스의 시를 소개했는데, 이 시는 영어가 아닌 스코틀랜드 방언인 게일어(Gaelic)로 쓰여졌다.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던 차에 이 시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가 『도덕감정론』과 갖는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 이 시를 해석한 비평가들의 글을 참고했다. 여러 학문을 융합한 애덤 스미스를 소개한 저자는 문학을 포함한 폭넓은 소양을 갖추고 책을 썼는데, 그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치른 고생이었다. 그 밖에 번역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저자인 제시 노먼과 메일로 소통하면서 해결하였다.
이 부족한 역자를 이 좋은 책의 번역에 초대해 주시고, 번역 과정에서도 여러 모로 지원해 주신 국립안동대학교 이성규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역자에게 꾸준히 학문적 통찰력을 공급해 주고 있는 <질서경제학회>, <한독경상학회>, <자유주의 고전 강독회>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부족한 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어머님 정복신 권사님과, 학계에서 외면당하는 경제사상사를 연구하는 남편을 내조하면서, 이 책의 교정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랑하는 아내 김선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4년 1월 7일 동작동 서재에서
역자 임일섭 씀
<책 소개>
‘진짜 애덤 스미스’는 어떤 모습인가?
이성규(국립안동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역자)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년)는 종종 “자유방임주의의 옹호자, 국가 개입의 완고한 반대자, 시장 근본주의와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인)의 원천이자 기원인 사람, 유물론적 이데올로기의 주동자, 불평등과 인간 이기심의 옹호자, 여성 혐오주의자”등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의 통찰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유익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래 지난 200년 동안 지구촌 사람들에게 엄청난 ‘글로벌 번영’을 가져다준 ‘시장시스템’(market system)은 오늘날 좌·우파 모두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오늘날 시장시스템은 어떠한 문제들이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가? 먼저, 정치적 우파로부터 ‘불공정 경쟁’과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비판자들에 의해 시장시스템의 ‘기본적 정당성’ - 즉, 시장에서 경쟁은 공정하게 일어나야 한다 - 이 비판받고 있다. 정치적 우파는 시장시스템 하에서 일어나는 경쟁이 기대와는 달리 공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실 자본주의화(化)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정치적 좌파들로부터는 불평등과 “시장 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를 반대하는 운동가들에 의해서도 시장시스템의 ‘근본적 정당성’이 비판받고 있다. 정치적 좌파는 시장시스템이 불평등을 초래하고, 그 원인이 시장 근본주의에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늘날 시장시스템은 왜 이러한 비판들을 받고 있는가? 또한, 이러한 비난들은 누구와 관련되어 있는가?
이와 같이 정치적 좌파와 우파에 의해 제기되는 애덤 스미스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미신을 타파하고 “진짜 애덤 스미스”(real Adam Smith)의 모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애덤 스미스에 대한 몇 가지 미신을 서술하고, 다음으로 ‘진짜 애덤 스미스’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애덤 스미스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미신
스코틀랜드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년)는 근대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이러한 ‘이념적 전쟁터’의 ‘중심’에 있으며, 그의 ‘주변’에서는 ‘경제학, 시장, 그리고 사회’를 둘러싸고 상반된 견해들이 서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먼저, 정치적 우파와 좌파는 애덤 스미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정치적 우파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은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의 저자인 애덤 스미스를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애덤 스미스를 (1) 모든 경제학자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2)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 자유시장(free market),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및 개인의 자유(individual liberty)를 설득력 있게 옹호한 사람, (3) 공산주의의 유토피아적(공상적) 망상으로부터 해방된 세계에서 ‘국가 개입’을 완고하게 반대한 사람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에 정치적 좌파에 속해있는 많은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를 매우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애덤 스미스를 (1) “시장 근본주의”,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인(經濟人)),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의 진정한 원천이자 기원인 사람, (2) 세계를 휩쓸고 인간 가치의 진정한 원천을 타락시키는 ‘유물론적(물질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주동자(主動者), (3) 부(富)와 불평등 및 인간 이기성(利己性, selfishness)의 옹호자, 그리고 (4) 여성 혐오주의자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치적 우파와 좌파의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를 매우 다르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생각은 과연 옳은가?
<표 1> 애덤 스미스에 대한 정치적 우파와 좌파의 견해와 평가
정치적 우파의 견해 |
정치적 좌파의 견해 |
평가 |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
“시장 근본주의”,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인), 효율적 시장가설의 진정한 원천이자 기원인 사람 |
-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임. 시장 근본주의의 창시자가 아님. -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효율적 시장가설은 나중에 등장한 생각들임. |
자유방임주의, 자유시장, “보이지 않는 손”, 개인의 자유 등을 옹호한 사람 |
유물론적 이데올로기의 주동자 |
- 자유방임주의의 옹호자가 아니었음. - “보이지 않는 손”은 『국부론』에서 한 번만 언급됨. |
국가 개입의 완고한 반대자 |
부(富)와 불평등, 그리고 인간 이기성의 옹호자 |
- 모든 형태의 국가 개입을 반대한 것은 아님. - 이기성을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
|
여성 혐오주의자 |
- 여성 혐오주의자가 아님. |
그렇다면 정치적 우파와 좌파 간의 여러 인식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 애덤 스미스’(real Adam Smith)의 모습인가? 사실상 위의 두 견해를 바탕으로 애덤 스미스의 캐리커처를 그려본다면 모두 ‘절망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왜 그런가? 우선, 애덤 스미스는 결코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의 옹호자가 아니었다. 다음으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표현은 『국부론』에 단 한 번만 언급되었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애덤 스미스는 시장들에서 모든 ‘국가 개입들’을 반대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애덤 스미스는 다양한 형태의 국가 개입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예를 들면, 특정 유형의 조세 부과와 은행들의 규제 등에 대해서는 국가 개입을 찬성했다. 따라서 애덤 스미스를 바라보는 정치적 우파와 좌파의 견해는 잘못된 믿음이다,
다른 한편으로, 애덤 스미스는 ‘이기성’(selfishness; 이기적 욕심)을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여성 혐오주의자’도 아니었다. 또한, 애덤 스미스는 “시장 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라는 개념을 창안하지 않았고, 아마 그 개념에 반대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와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은 ‘나중에’ 생긴 생각들로서 이들은 오히려 애덤 스미스 자신의 견해를 심하게 왜곡하는 말들이다. 특히 이들 개념은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등장한 말이다. ‘자유로운 거래 시장들’과 ‘자율적인 기업들’의 결합인 ‘산업자본주의’(industrial capitalism) 자체는 19세기의 현상이며, 이는 애덤 스미스가 서거(1790년)한 후 2세대가 지나서야 등장하였다.
‘진짜’ 애덤 스미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더 현명하고 더 명민한 사상가’이다. 애덤 스미스는 평범하고 단순한 구호(口號)들과 진부한 사상들을 과감히 버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우리에게 그 이상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애덤 스미스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르침을 줄 막대한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 시장, 거래와 무역’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 문화, 인간 사회’의 심오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우리를 가르치고 일깨워 줄 통찰력을 아주 많이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애덤 스미스를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에게 다시 한번 의지하거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이는 애덤 스미스의 통찰력이나 도움 없이 ‘현대 세계의 어려운 문제들’을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애덤 스미스가 단연 지금까지 생존했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라는 점이다. 사실상 지난 2세기 동안 거의 모든 위대한 경제학자들은 자신의 저서나 논문들에서 “애덤 스미스의 이름”을 하나의 성스러운 의식처럼 인용하곤 하였다. 또한, 현대 경제학의 모든 주요 분파들은 그들의 학문적 뿌리를 애덤 스미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를 들면, 소위 신고전학파 주류경제학을 비롯하여 오스트리아학파, 마르크스주의학파, 그리고 좀 더 최근에 생겨난 제도경제학파, 발전경제학파, 행동경제학파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학문적 기원을 애덤 스미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주요 현대 경제학파들도 그들의 학문적 뿌리를 찾아 ‘애덤 스미스’로 회귀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전 세계의 정치인들, 학자들, 그리고 심지어 일반 대중들조차도 『국부론』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권위’(權威)와 그 핵심 생각들 - 예를 들면, 노동분업, 노동생산성, 보이지 않는 손 등 - 의 ‘단순·명쾌함’이 자신의 논리나 주장을 펴는데 “매력적인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로써 그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들이 모호하더라도 이를 품위 있게 꾸미기 위하여 일상적으로 『국부론』의 권위와 핵심 생각들의 단순·명쾌함을 이용하곤 한다. 전 세계에 걸쳐 정치인들, 학자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도 자신이 전개하는 주장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찾으려 했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종종 다음과 말하곤 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또는 “국부론에 따르면”, “내 주장은 국부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내 주장은 국부론과 일치한다”.
그들이 그렇게 한 결과는 어떤가? 그 결과 애덤 스미스의 원래 생각들이 모호해지고 다수의 잘못된 미신(迷信)들이 생겨났다. 애덤 스미스의 핵심 아이디어들이 ‘단순·명쾌’하다고 했는데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가? 애덤 스미스는 지적으로 통찰력이 풍부하고, 여러 방면에 다재다능(多才多能)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은 인용할 가치도 매우 컸다. 그로 인해 애덤 스미스의 주장과 말들은 항상 정치인들, 학자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에게 과잉 해석하거나 노골적으로 도용(盜用)할 유혹들을 끊임없이 제공해 주었다. 실제로 애덤 스미스는 오늘날 일어난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현대적 사건들을 예상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일어난 여러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애덤 스미스로부터 찾을 수 있다! 이는 마치 애덤 스미스가 오래전에 그러한 사건들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애덤 스미스는 어떤 일들을 예상하였는가? 한 가지 사건을 들면,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유행하는 ‘유명인 정치’(celebrity politics)의 부상(浮上)을 들 수 있다. 유명인 정치는 어떻게 등장하는가? 유명인 정치는 (1) 부자들과 권력자들을 동경하는 인간의 성향과 현대 기술의 상호작용과 (2) 인간의 상호 공감(mutual sympathy) 능력과 현대 기술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한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두 가지 생각들을 자신의 첫 번째 저서인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논의하였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1759년)은 나중에 출간한 『국부론』(1776년)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책이다.
또 다른 사건은 영국의 EU로부터의 탈퇴 – 소위 ‘브렉시트’(Brexit) - 논리나 이유를 들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미국 독립 전쟁(1775~83년) 중에 미국 식민지들과 관련하여 영국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岐路)에 서 있었다. 당시 애덤 스미스는 영국은 미국 식민지 주(州)들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거나, 제국 연합을 결성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자의 경우 주권(主權)은 물론이고 정부의 소재지 자체도 미국으로 천천히 이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덤 스미스 자신은 논쟁을 몹시 싫어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애덤 스미스는 온화하고 내성적 성질을 지닌 사람으로서 ‘학문적으로 평온무사(平穩無事)한 삶’을 살았다.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 파이프(Fife)주 커콜디(Kirkcaldy)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 대학에서 공부했고, 1740년(그의 나이 17세) 옥스퍼드대학 베일리얼 칼리지(Balliol College)에서 공부했으나 베일리얼 칼리지를 매우 싫어했다. 당시 베일리얼 칼리지는 고(高)교회파(High Church) 소속이었고, 토리당(Tory) 지지였고, 파벌적(당파적)이었고, 생활비가 많이 들었고, 그리고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혐오했다. 반면에 애덤 스미스는 장로교(Presbyterian) 신자였고, 휘그당(Whig)을 지지했고, 사교적이고, 가난했고, 그리고 스코틀랜드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베일리얼 칼리지에서의 생활은 애덤 스미스에게 결코 행복한 환경이 아니었다.
애덤 스미스는 마침내 1746년에 옥스퍼드를 떠나 한동안 커콜디 집에 머무른 후 다시 글래스고 대학으로 되돌아와 1751년(당시 28세)에 ‘수사학 및 논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애덤 스미스는 1764년(당시 41세)에 젊은 부클루치(당시 나이 10대) 공작(Duke of Buccleuch)의 가정교사로 장기간 프랑스 여행을 떠났으며, 나중에 ‘스코틀랜드 관세청장’(Commissioner of Customs)으로 취임했다. 애덤 스미스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덕감정론』(1759년; 당시 36세)과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탐구’, 1776년; 당시 53세)이라는 불후의 명저를 출간했다.
애덤 스미스의 사적인 견해들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정치의 경우 애덤 스미스는 대체로 휘그당 지지자(휘그주의자)였다. 애덤 스미스는 입헌 군주제, 종교적 관용, 개인의 자유 등이 가져다주는 미덕을 확고하게 믿었으며, 이것은 당시 휘그당의 이념과 같았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일생 동안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관해서 놀라울 정도로 입을 굳게 다물고 살았다. 또한, 애덤 스미스는 가끔 딴 데 정신이 팔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때 애덤 스미스는 대화에 너무 열중하여 무두질 구덩이에 빠진 적이 있었다. 더욱이 애덤 스미스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지냈으며, 자식도 없었다. 우리가 아는 한 애덤 스미스와 관련하여 비밀 연애도 없었고, 숨겨진 악행(惡行)도 없었고, 대학생 시절의 못된 장난들도 없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사소한 실수들도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애덤 스미스로부터 흥미진진한 일신상의 일들을 기대한다면 그의 삶은 “무미건조한 사하라 사막”과도 같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은 그의 통찰력 있는 사상 때문이며, 그의 사상과 영향력을 통해 오늘날 애덤 스미스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애덤 스미스 사상의 중심에는 ‘위대한 계몽주의 프로젝트’(Enlightenment project)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다름 아닌 데이비드 흄(David Hume)이 “인간에 대한 과학”(a science of man; 인간 과학, 인간학)이라고 묘사했던 것을 규명(糾明)하는 것이었다. 이는 철학, 종교, 정치경제학, 법학,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 심지어 언어까지 포괄하는 인간 삶의 모든 주요 측면들에 걸쳐서 ‘통일되고 일반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애덤 스미스의 이러한 ‘인간에 대한 과학’은 자연법이나 신의 영감,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관찰과 경험’에 바탕을 두었다.
애덤 스미스의 두 위대한 저서인 『도덕감정론』(1759년)과 『국부론』(1776년)은 언뜻 보기에는 매우 다른 것 같다. 『도덕감정론』은 ‘도덕심리학’(moral psychology)에 관한 책이지만, 『국부론』은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에 관한 책이다. 또한, 『도덕감정론』은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지만, 『국부론』은 지금까지 저술된 사회과학 서적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널리 인용되는 책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오늘날 일반 사람들은 두 책 모두를 거의 읽지 않았으며, 심지어 경제학자들과 두 책을 인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조차도 두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책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충”(相衝)되지 않으며, 두 책을 애덤 스미스의 다른 미발표된 책들과 함께 결합함으로써 ‘인간행동’에 대한 ‘통일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한 설명은 불완전하지만,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이 풍부하고 현대적이다.
애덤 스미스에게 있어서 두 책을 연결하는 중요한 아이디어는 바로 모든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교환’이다. 그러한 교환들로 어떤 것이 있는가? 첫째, 시장에서 발생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exchange of goods and services)이다. 둘째, 언어와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에서 발생하는 “의미의 교환”(exchange of meanings)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관계나 존중의 교환”(exchange of regard or esteem)이다. 특히 애덤 스미스는 ‘관계나 존중의 교환’이 사회 내에서 도덕적 규범과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고 주장했다.
발생하는 곳 |
교환의 유형 |
시장 |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 |
언어와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 |
‘의미의 교환’ |
사회 |
‘관계나 존중의 교환’ |
<표 2> 끊임없는 교환의 주요 유형
2. ‘진짜 애덤 스미스’ 모습
애덤 스미스의 이러한 생각들과 통찰력은 각각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을 함께 결합해서 캐리커처를 그려본다면, 애덤 스미스의 캐리커처는 기존의 이미지와 매우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두 저서 속에 들어있는 생각들과 통찰력을 함께 결합해서 생각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5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우리는 『국부론』이 ‘천재적인 저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왜 그런가? 『국부론』은 (1) 정치경제학의 많은 주요 지적 개념과 도구들 – 몇 가지 예를 들면, 노동 분업, 시장 균형 개념, 인센티브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 자유무역의 이익, 조세 부과의 4가지 일반 원칙 등 - 을 제시하고 정연하게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2) 애덤 스미스가 ‘시장을 경제학의 중심’에 둔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인간 사회에 ‘경제적 근대성’을 가져다주었다. 한마디로 애덤 스미스는 ‘경제적 근대화’의 아버지와도 같다. 따라서 에드먼드 버크(E. Burke)가 정당과 대의정체(代議政體) 이론을 통해 우리의 ‘정치적 근대성(political modernity; 정치적 근대화)의 돌쩌귀(경첩)’이듯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우리의 ‘경제적 근대성(economic modernity; 경제적 근대화)의 돌쩌귀(경첩)’이다.
둘째, ‘애덤 스미스가 바라본 개인과 시장’은 오늘날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개인과 시장’과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애덤 스미스가 생각한 시장’은 현대 경제학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정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학적 구조물이 아니다. 또한,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는 ‘개인’은 오늘날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무기력하고 활기를 잃은 ‘경제적 원자론’(economic atomism)에서의 개인이 아니다. 애덤 스미스가 생각한 시장은 어떤가? 애덤 스미스의 언어와 도덕(윤리)에 대한 통찰력을 상기해보면, 시장은 특정 문화에 내재되어(embedded) 있고, 사회적 규범들과 신뢰에 의해 조정되는 ‘살아있는 제도’(living institutions)이다. 또한, 시장은 역동적이고 진화하는 방식으로 참여자들을 생성하고, 또한 그들에 의해 생성된다. 시장들은 종종 공통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으나, 개별 인간들이 서로 다르듯이 시장들도 서로 간에 다르다. 예를 들면, 토지시장, 노동시장, 자본시장, 제품시장, 자산시장 등과 같이 무수히 많은 시장이 있다.
셋째, ‘자유시장’이라는 공허한 수사보다 시장 내에서 ‘효과적인(공정한) 경쟁’이 일어나느냐가 더 중요하다. 시장은 일반적으로 (i)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시장은 (ii) 재화와 서비스를 배분하고, 혁신과 기술 진보를 촉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시장”(free markets)이라는 거의 공허한 수사가 아니라 ‘효과적인(공정한) 경쟁’(effective competition)이 실제로 일어나느냐이다. 막연히 부르짖는 자유시장보다 ‘효과적인 경쟁’이 왜 중요한가? 우선, 효과적인(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신의 비용들을 내부화(internalize)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轉嫁)시키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효과적인(공정한) 경쟁을 하려면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지대착취(rent extraction) 활동, 정보와 힘에 있어서 내부자와 외부자 간의 비대칭성, 정치적 로비활동 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따라서 효과적인(공정한) 경쟁은 자유시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병폐를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넷째, 시장은 ‘사회적으로 생성되고 진화(발전)하는 질서’(a socially constructed and evolving order)이다. 이러한 질서는 왜 존재하는가? 그러한 질서는 신(神)이 준 권리가 아니라 공익(公益)을 위해 존재하며, 또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따라서 완전경쟁을 가정하는 이론적 모형에서 도출되는 ‘현대적 시장실패(market failure) 이론’은 확장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진실은 ‘이론적 모형 밖에서는 진정한 자유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자유시장에서 어떤 유형의 ‘불완전성’이 허용되면 완전한 시장이 가져다준다는 가상적 이익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장은 ‘사회적으로 생성되고 진화(발전)하는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내고,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적 시장실패 이론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다.
다섯째, 개별 시장과 시장질서(market order)는 모두 ‘국가’(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정부)는 개별 시장과 시장질서 모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국가(정부)가 시장에 정치적으로 개입할 때 시장기능을 파괴할 수 있지만(즉, ‘국가(정부) 개입의 실패’), 시장기능을 ‘활성화’(活性化)할 수도 있다(즉, ‘국가(정부) 개입의 성공). 그러나 시장은 결코 신성(神聖)하거나 불가침(不可侵)한 것이 아니다. 시장의 존재 이유는 ‘자본주의 자체가 가진 어떤 가상의 신성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상업사회(commercial society)에서 시장이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에서 비롯된다. 현대 상업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자유·신뢰·질서가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개별 시장이나 시장질서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것은 바로 ‘국가의 임무’이다.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자본주의와 시장시스템을 방어, 개혁 또는 갱신하려는 시도들에서 가장 유용한 지침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선진국들의 정치가 ‘좌·우파 포퓰리즘 이데올로기’에 의해 그 속이 ‘공동화’(空洞化)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그 속(중심)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자본주의 개혁의 역사적 대안이 (1) 무역보다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되며, (2) 민주주의보다 ‘종교적 독재와 권위주의적 공산주의 및 민족주의’가 되어서도 안 되고, (3) 상업사회의 이익보다 ‘공허한 경제적 물질주의’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통찰력은 자본주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공동화된 중심을 재건하는데 출발점이 되는 ‘새로운 서사’(敍事, narrative)를 제시해 줄 것이다.
서언
제1부 애덤 스미스의 생애
제1장 커콜디(Kirkcaldy) 소년 시절 : 1723~1746년
제2장 ‘내 생애에서 가장 유용했고, 행복했으며 명예로웠던 시기’ : 1746~1759년
제3장 계몽사상가들을 만나다 : 1760~1773년
제4장 ‘자네는 진정 이 주제들에 대한 유일한 권위자가 될 것일세’ : 1773~1776년
제5장 끝까지 일하다 : 1776~1790년
제2부 애덤 스미스의 사상
제6장 명성, 사실 및 미신
제7장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제8장 애덤 스미스와 시장
제3부 애덤 스미스의 영향
제9장 자본주의와 그 불만들
제10장 상업사회의 도덕적
결언 : 애덤 스미스가 왜 중요한가
<저자명> Jesse Norman(제시 노먼)
▶ 저자 소개: 제시 노먼(Jesse Norman)
현재 영국 하원의원(MP)이며,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에서 철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노먼은 UCL 명예 평의원,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원(NIESR) 원장, 옥스퍼드대학교 올 소울즈 칼리지(All Souls College)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노먼의 저서로는 널리 호평을 받은 『에드먼드 버크: 최초의 보수주의자(Edmund Burke: The First Conservative)』(2013년)가 있다.
<역자명> 이성규·임일섭
▶ 역자 소개 1: 이성규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Southampton Univ.)에서 재정학 및 공공선택학 전공으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을 역임하고, 한국외국어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명지대 강사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국립안동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겸 편집위원장과 안동대학교 부설 「한국공공선택학 및 새마을운동교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합리적 투표자에 대한 미신』(공역), 『공공경제학』(공역), 『무역정책의 정치경제학』(저서), 『공공선택』(공저), 『나쁜 민주주의: 왜 정치인·관료들은 사익만 추구하는가?』(공역), 『글로벌 무역의 이해』(공역), 『집단행동의 논리: 공공재와 집단이론』(공역), 『국제무역론』(공저), 『스웨덴의 복지 오로라는 얼마나 밝은가?』(공역), 『조세설계』(공역),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및 국부론 요약』(단독역),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고급 입문서』(공역), 『전쟁과 식량 부족의 경제학: 영국의 경험과 교훈』(단독역), 『독재제와 민주제, 그리고 경제발전』(단독역), 『선택적 유인과 이집단적(利集團的) 집단행동의 일반 논리』(저서), 『정치를 넘어: 정부실패의 근원』(공역) 등이 있다.
▶ 역자 소개 2: 임일섭
독일 브레멘(Bremen)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충남대, 한양대, 아주대, 서울사이버대, 상지대에서 강사를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며, 질서경제학회와 한독경상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저역서와 논문으로는 『애덤 스미스의 계급성품론』(논문), 『애덤 스미스의 교육론 : 자연철학과 도덕철학의 종합을 위하여』(논문), 『애덤 스미스 구하기 : 좋은 목적, 나쁜 방법』(논문), 『개인이익과 국가개입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인식 : 오이켄의 애덤 스미스 해석 비판』(논문), 『애덤 스미스의 국가관 : 간섭주의적 해석의 문제』(논문), 『모방할 수 없는 역사 : 분단 시기 동서독 문화학술교류』(저서), 『독일 신규 연방주 내 농업구조 발전』 (공역) 등이 있다.